올해 1월부터 보육수당 비과세 한도가 자녀 1명당 월 20만원으로 늘었다. 자녀가 셋이면 월 60만원까지 세금을 안 뗀다는 뜻이다. 기사 제목만 보면 다자녀 직장인 월급이 확 오른 것 처럼 보인다. 그런데 내 월급명세서는 작년 12월이나 지금이나 한 글자도 안 바뀌었다.
바뀐 건 한도지 내 월급이 아니다
작년까지는 자녀가 몇이든 근로자 1명당 월 20만원까지만 비과세였다. 기획재정부가 고친 소득세법에 따라 2026년 1월 1일 이후 지급분부터는 기준이 자녀 쪽으로 옮겨갔다. 6세 이하 자녀 1명당 월 20만원이다. 둘이면 40만원, 셋이면 60만원.
여기서 대부분의 설명이 끝난다. 정작 중요한 걸 안 알려준다.
보육수당 비과세는 정부가 돈을 주는 제도가 아니다. 회사가 준 보육수당에 세금을 안 매기겠다는 것뿐이다. 그러니까 회사가 보육수당을 안 주면 한도가 60만원이든 600만원이든 내가 받는 건 0원이다.
보육수당 비과세는 회사가 줘야 시작된다
보육수당을 주는 회사 대부분이 자녀 수를 안 따진다. 자녀가 하나든 셋이든 월 10만원, 20만원 식으로 정액이다. 그 규정이 그대로면 법이 바뀌어도 비과세되는 금액은 작년과 똑같다. 한도만 넓어졌지만 이를 채울 돈이 없는 상태다.
이번 개정으로 실제 이득을 보려면 회사가 자녀 수에 따라 보육수당을 늘려서 지급하도록 회사 규정을 고쳐야 한다.
규정이 맞다면 얼마를 아끼나
자녀 둘, 회사가 자녀당 20만원씩 월 40만원을 준다고 하자. 작년까지 비과세는 20만원까지였으니 나머지 20만원에는 세금이 붙었다. 올해부터는 40만원 전부 비과세다.
과세 대상에서 빠지는 돈이 월 20만원, 연 240만원 늘어난다. 소득세율 15% 구간이라면 지방소득세까지 합쳐 연 39만 6천원을 덜 낸다. 24% 구간이면 연 63만원이다. 자녀가 셋이면 이 금액이 두 배가 된다.
여기에 하나 더 있다. 이 비과세는 가구가 아니라 근로자 한 명 한 명에게 붙는다. 맞벌이면 같은 자녀를 두고 배우자도 따로 월 20만원씩 비과세를 받는다. 자녀 둘 맞벌이면 부부 합쳐 월 80만원이다.
적은 돈은 아니다. 다만 이건 회사가 자녀당 20만원을 실제로 줄 때의 이야기다.
이 제도의 약점
정부는 이걸 저출산 대책으로 내놨다. 자녀가 많을수록 이득이 커지도록 설계했으니 의도는 분명하다.
그런데 설계가 작동하려면 회사가 자녀 수를 세서 추가로 돈을 더 줘야 한다. 세금을 깎아주는 쪽은 정부인데 실제로 돈을 쓰는 쪽은 회사다. 회사 입장에서는 굳이 먼저 나설 이유가 없다. 보육수당 비과세 한도를 늘려도 지급 규정을 바꿀 의무는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이 개정의 혜택은 원래 보육수당을 자녀 수만큼 주고 있던 회사, 대개 규모가 큰 회사 직원에게 먼저 간다. 제도가 좋아졌다는 말과 내가 받는다는 말 사이에는 거리감이 있는 정책이다.
법이 좋아진 것과 내 통장이 좋아지는 건 다른 문제다. 정부는 문을 열어줬을 뿐이고, 그 문을 지나가려면 회사 규정이 따라와야 한다.
자녀가 둘 이상이라면, 급여 담당자에게 물어보는 게 먼저다. 맞벌이라면 배우자 회사도 같이. 보육수당이 아예 없다면 이 개정은 나와 무관하다. 있는데 정액이라면, 규정을 고쳐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근거가 올해 생겼다는데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