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보러 다니다 은행에 한도를 물어봤다. 연봉 5천만원이면 2억 4천쯤 된다고 했다. 며칠 뒤 다시 계산해온 숫자는 8천만원대였다. 그 사이 달라진 건 하나였다. 비상금 삼아 열어둔 마이너스통장을 말했을 뿐이다. DSR 계산에서 그 통장은 이미 다 쓴 돈으로 친다.
소득에서 빚 갚는 돈이 몇 퍼센트냐
DSR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다. 이름은 길지만 뜻은 단순하다. 1년에 버는 돈 중에 빚 갚는 데 나가는 돈이 몇 퍼센트냐는 것이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누면 끝이다.
금융위원회 기준으로 은행은 이 비율이 40%를 넘으면 돈을 안 빌려준다. 저축은행 같은 2금융권은 50%다. 2026년 7월 현재 기준이다.
연봉 5,000만원이면 40%가 2,000만원이다. 1년에 원리금으로 2,000만원, 월 166만 7천원까지 갚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게 내가 가진 전부다.
여기에 모든 빚이 들어간다. 주택담보대출만 세는 게 아니다. 신용대출, 학자금대출, 자동차 할부, 카드론까지 전부 이 2,000만원 안에서 나눠 먹는다.
마이너스통장은 안 써도 빌린 것으로 친다
DSR 계산에서 마이너스통장은 특별 대우를 받는다. 나쁜 쪽으로.
잔액이 0원이어도 열어둔 한도 전액을 빌린 것으로 본다. 한도 5,000만원이면 5,000만원을 쓰고 있는 셈이다. 이것까지는 아는 사람이 꽤 있다.
그 5,000만원을 5년에 나눠 갚는 것으로 본다. 원금은 5분의 1인 1,000만원, 이자는 한도 전액에 마통 금리를 곱한 값이다. 금리 6%로 잡으면 300만원. 합쳐서 연 1,300만원이 매년 나가는 것으로 잡힌다.
내 여력이 2,000만원인데 통장 하나가 1,300만원을 먼저 가져간다. 65%다. 집을 사는 데 쓸 수 있는 건 남은 700만원뿐이다.
2억 3,836만원에서 8,343만원으로
DSR 계산을 직접 해보자. 연소득 5,000만원, 수도권에서 30년 만기 변동금리 주담대, 은행이 알려준 금리 4.5%.
그런데 심사에 쓰는 금리는 4.5%가 아니다. 2025년 10월 16일부터 수도권과 규제지역에는 스트레스 금리 3%포인트가 붙는다. 4.5%로 빌리지만 은행은 7.5%로 갚을 수 있는지를 따진다. 아래 숫자는 전부 7.5% 기준이다.
마이너스통장이 없으면 2억 3,836만원. 한도 5,000만원짜리 마통이 하나 있으면 8,343만원.
1억 5,494만원이 사라진다. 한 푼도 안 쓴 통장 때문이다.
한도가 3,000만원짜리라면 같은 식으로 연 780만원(원금 600만 + 이자 180만)이 잡히고, 한도는 1억 4,540만원까지 나온다. 그래도 9,296만원이 날아간다.
집값은 그대로인데 마련해야 할 현금만 1억 5천만원 늘어난 셈이다. 살 수 있는 집이 아예 달라진다.
대출을 앞두고 있다면
DSR 계산은 신청하는 그 시점의 빚 목록으로 한다. 통장을 해지하면 그 자리에서 한도가 돌아온다.
안 쓰는 마이너스통장은 미리 해지하는 게 낫다. 카드론이나 할부가 남아 있다면 그것도 정리 대상이다. 필요하면 대출 심사를 통과한 다음에 다시 만들면 된다.
실제 한도는 은행과 상품, 기존 대출에 따라 달라진다. 안 쓰는 한도가 내 집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만은 어디서나 같다. 경제 용어는 대체로 이렇게 내 돈에 붙어 있다.